정경훈 제이액터스 대표 "시니어모델은 지는 해 아닌 떠오르는 태양"

"수강생이 패션쇼서 워킹할 때 울컥…시니어모델은 감동""내년 서울패션위크서 시니어모델 무대 올릴 것…희망의 메시지 전달"

정경훈 제이액터스 대표. [사진=제이액터스 제공] 


흔히 인생의 노년기를 황혼에 빗댄다. 그러나 이를 지는 해가 아닌, 떠오르는 태양에 비유하며 잠재력을 발굴하는 사람이 있다.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제이액터스의 정경훈 대표다.

정 대표가 시니어 모델 양성에 나서게 된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다. 정 대표는 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제대학교 모델학과 교수 재직 시절 강남구청 복지관에서 1일 특강 의뢰를 받았다. 몇 분 안 올 줄 알았는데 동네 멋쟁이 시니어(고령층)는 다 모였더라"며 "신나는 음악, 느린 음악, 트로트 등에 맞춰 걷고, 포즈 잡는 교육을 하니 너무 즐거워하더라. 열화같은 반응에 정식 과목으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20대 모델과 수업할 때와는 다른 매력을 느꼈다. 특화 커리큘럼을 만들어 제대로 시니어 모델을 양성하고 싶었다"며 "더욱 좋은 무대에 서고, 광고 등 다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싶어 2014년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정 대표는 서울시 50플러스재단에서도 시니어 모델을 육성한다. 서울 서부캠퍼스를 시작으로 금천캠퍼스에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전국 50여개 백화점에서도 강좌가 열린다. 무대에 서는 것뿐 아니라 바른 자세와 걸음걸이 교정 등 고령층의 건강 관리를 돕는다.

인생 후반전 뒤늦은 꿈을 이루기 위해 모인 만큼 기억에 남는 수강생도 많다. 정 대표는 "사별 후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에게 딸이 시니어 모델 수업을 수강하게 했는데,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지고 삶의 활력소를 찾아 우울증약도 끊었다더라. 패션쇼 날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찡했다"며 "한번은 온 가족이 패션쇼를 보러 왔는데 평소와 다르게 멋지게 분장한 어머니를 가족들이 못 알아봤다. 무대 뒤에 와서야 어머니를 찾은 딸이 펑펑 울었다. 시니어 모델은 감동이 있다. 시니어 모델이 무대에 설 때 저도 울컥한다"고 했다.

젊고 멋진 모델들이 쏟아져나오는 패션 업계에서 백발의 시니어 모델은 아직 변두리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정 대표는 "지난 6년간 의상 협찬을 받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친한 디자이너에게 부탁해도 한두 벌도 아닌 30, 40벌을 시니어 모델이 협찬받기는 쉽지 않다"며 "자체 브랜드 JA(제이에이)를 론칭해 내년 하반기 서울패션위크에서 시니어 모델만으로 쇼를 꾸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키 크고 날씬한 20대 모델이 아닌, 백발의 빅사이즈 모델이 런웨이를 걸으며 우리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는 12월 21일 열릴 앙드레김 10주기 추모 패션쇼의 기획과 연출도 맡았다. 정 대표는 "10주기인 만큼 앙드레김 패션에 대해 전 세대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싶다. 슈퍼모델뿐 아니라 키즈, 시니어 모델도 함께 세워 다양한 연령대의 모델이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액터스 사무실에는 '열정이 없는 자 집으로 돌아가라'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정 대표가 직접 붙였다. 그는 "나이가 들며 점점 꿈과 목표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열정을 잃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 격려한다"며 "시니어는 지는 해가 아니라 뜨는 태양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지는 노을도 아름답지만, 인생은 60세부터라는 말처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시니어는 열정의 다른 말"이라고 강조했다.